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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서 개발하기 - 1. 스타트업은 사실…내가쓴글/개발 2023. 7. 10. 18:00
2020년 방영된 드라마 스타트업 머리말
2020년 10월 부터 2020년 12월 초까지 tvN에서 “스타트업”이라는 드라마를 방영했다. 한창 스타트업을 다니던 나는, 부대표님의
너무 현실성 없더라. 나는 스타트업 업계에 현실에 대해 잘 아니까..
라는 말을 들으며, 그래도 어떤 스타트업들은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다. 우리 회사가 그렇지 못하다고, 다른 회사들도 다 그렇진 않을테니까, 나도 그런 드라마속 환상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내가 남도산이 아니기에, 우리 회사가 삼산텍이 아니고, 대표님이 수지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남도산이라는 스타플레이어의 활약으로 인공지능 스타트업인 삼산텍이 성공하는 스토리는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느껴지는 이야기였고, 시청률도 나쁘지 않게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국내 드라마 중 스타트업 세계를 본격적으로 보여주는 첫 사례로는 괜찮은 성적으로 마무리된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면, 재밌게 봤다. 필자는 천재를 동경한다. 어려서부터 수학을 좋아했지만, 수학과에 진학하지 않았던 이유도, 순수 학문에 천재가 아닌 필자가 낄자리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도산이라는 천재의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재밌었다.
물론, 드라마에서는 거대 자본을 가지고 시작하는 스타트업이 아니라면 겪어야 할 암흑기에 대한 묘사보다는, 성장과 성공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리고 로맨스도.
드라마인걸 어쩌겠나. 하지만 드라마 초반의 볼품없는 삼산텍의 모습이 암흑기에 대한 내용을 함축한다고 생각한다. 부디 스타트업이라는 드라마가 대중들에게 스타트업의 환상만 남기지는 않았기를 바란다.
오늘 적어볼 이야가는, 내가 다니는 스타트업에서 느끼고 경함한 것들의 첫 번째 이야기이다.
나는 개발자니까, 애석하게도 개발자의 시각만 공유해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스타트업에서 일해보지 않아서, 주변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혹여나 환상 속의 나래를 펼치고 계실 개발자분들에게, 스타트업은 생각보다 거친 황무지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그만큼 다양하고 재밌고 힘든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물론 필자가 재직중인 회사가 스타트업의 표준은 아니다. 그리고 필자는 현 직장이 첫 직장이나 다름이 없는 상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만 가지고 모든 판단을 하지는 말아줬으면 좋겠다. 다만, 이런 경우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이든 뭐든을 결정하면 좋을 것 같다. 아 물론, 유니콘 기업들은 내 기준 스타트업이 아니다 😅
본문
먼저, 필자가 다니고 있는 스타트업은 series A 투자를 받기 전이다. 즉, Seed 투자만을 받았고, 그만큼 자본이 많이 부족하다. 솔직히 말하면, 이해는 되지만, 불만족스럽다. 그리고 이건 비단 나만이 느끼는건 아닐 것 같다. 현물성 복지? 없다. 인센티브? 없다. 심지어 연봉 협상도 없다. 그럼 뭐가 있는데? 흠.. 좋은 동료들..?
너무 식상한가? 근데 맞다. 좋은 동료들이 있다. 다들 좋은 학교 나와서 훌륭한 인성가지고 여기서 뭐하는지 모르겠다. 어디 내놓으면 나혼자 쭈글이가 될 것 같은 스펙들을 가지고서…
그래, 솔직히 말하면 디스다. ㅋㅋ 여기서 뭐하는거냐 지금?! 당장 회사를 성공시키던지, 떠나던지 둘 중 하나는 해야지!
아 물론 나는 그럴 능력이 안된다.😜
이대로 계속 쓰다가는 헛소리만 늘어놓을 것 같아서, 목차별 정리를 좀 해보겠다. 회사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들은 어느정도 배제하다보니, 단어 선택이 모호하다던지, 장단점에 대한 충분한 표현이 전달되지 않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두길 바란다.좋은 점
- 🆓자유로운 분위기
- 자유롭다. 그리고 시끄럽다. 친해지면 야, 야 거리기도 하고, 일하면서 분위기가 나쁘거나 답답하다고 느낀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 매주 ☕️티타임을 가진다. 은근 재밌다.
- 📈스톡옵션
-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이 조금 생길지도?
- 가치가 보장되지 않지만, 그만큼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하지만 목표가 너무 멀면, 없는 것과 다름없을 때도 있다고 느꼈다.
나쁜 점
- 💰
- 연봉을 깎고 이직했다. (10퍼 이상)
- 식비, 교통비 등의 지출이 전직장보다 월등히 높다.
- 현물성 복지가 거의 없다.
- 만 1년 하고도 몇 달이 지났지만, 연봉 협상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 🧓시니어 개발자가 없다.
- 경험이 적은 사람들만 있다보니, 경험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
- 일하는 방식의 체계가 없다. 만들어 나가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 🏢오피스
- 개인적으로 열악하다고 느낀다.
- FastFive나 WeWork 같은 공유 오피스에서 일해보고싶다.(개인적으론 스타트업에 갖고 있던 환상? 로망? 중 하나였다.)
- 🧑💻서비스 정책
- 초기라서 너무 유연하다.(예외 상황이 너무 많다 ㅠ)
- 아직 안정해진 것도 많다.
- 자꾸 바뀌면 더 슬프다. 특히 개발자는..
좋으면서 나쁜 점
- 😓내가 생각하던 것과 다름.
- 기존 회사처럼 딱딱한 분위기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아니다.
- 스타트업이면 문화적 복지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잘 모르겠다.
- 금방 투자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빠르지 않다.
- 사용자 수 및 매출의 증가 추세가 기대 이하이다.
- 🧫문화를 직접 만듦
- 다들 경험이 없어서 뭐 해야될지 모름. 알아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름. 답답하고 막막함.
- 직접 하니까 원하는대로 만들 수 있음.
-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짐(대신 활용은 본인의 몫)
- 👨🏫구성원 수가 적음
- 서로 친해지기 쉽다.
- 그만큼 친해지지 않기도 쉽지 않다.
- 일할 사람이 적다.
- 📑다양한 일을 하게됨
-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 내 커리어는? 내가 왜 이런 것까지..?
분명 발전하고 성장하고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이 많고, 구성원들의 니즈를 다 충족시켜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또, 구성원들이 노력을 통해 개선해나가야 할 것들도 분명히 있다.
🧾매출이 그렇다 😰
하지만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 있는 것을 없다고 숨기기는 힘들다.
너무 주관적이라고? 그래서 준비 했! 다!다음은 회사 동료 A씨👨💼의 인터뷰 내용이다.
Q1. 스타트업은 어떤 곳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1.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볼 수 있고, 자기가 생각한 것들을 직접 해볼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Q2. 지금 스타트업에 있다고 느끼시나요?
A2. 네!
Q3. 입사하기전에, 스타트업에 대해 가지고 있던 환상같은게 있었나요?
A3. 진보된,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만든 기업일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자율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의 근무를 기대하기도 했고요.
Q4. 들어오고 나서는 어떻게 느꼈나요?
A4. 생각과 많이 달랐어요. 스타트업이라면, 구성원들이 다양한 의견을 말하는 분위기, 다같이 으쌰으쌰하는 분위기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스타트업이라기에는 너무 경직된 회사라고 느껴졌어요. 하지만 회사에서도 어느정도는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있고, 개선하기 위한 과정에 있다고 생각해요.
Q5. 어떤 부분에서 경직됐다고 느꼈나요?
A5. 스타트업이니까 다같이 의견을 활발하게 이야기하고, 공유하고,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다들 서로의 생각을 잘 모르는 것 같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지가 모두가 아닌 소수의 주도에 의해 결정되는 것 같다고 느껴졌어요. 특히 지금 회사의 서비스에 대한 의사 결정에 대해서 더 그렇다고 느꼈어요.
Q6. 지금 회사에 입사하게된 것을 후회하나요?
A6. 아니요,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Q7. 만약에 이직을 하게된다면, 또 스타트업에 갈 생각인가요?
A7. 갈 마음은 있어요. 하지만 마음먹고 스타트업을 위주로 이직을 알아보게 된다면, 최우선적으로 회사 분위기를 꼼꼼하게 확인할 것 같아요. 또, 회사의 일하는 방식과 의사 결정 방식도 더 알아보고 지원할 것 같아요.
Q8. 가장 일하기 싫다고 느껴졌을 때는 언제인가요?
A8. 하는 일에 체계가 없다고 느껴져요. 저는 체계가 있고, 틀에 박힌 일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스타트업이 잘 맞지는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체계가 없어서 스스로가 하는 일에 대한 확신이 없어요. 그 부분이 가장 힘들고 싫은 부분 같아요. 시니어가 있어서, 제가 하는 일의 방향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Q9. 언제 일이 가장 재미있다고 느끼나요?
A9. 진짜로 밑바닥부터 개발하니까, 제가 하고싶은대로 만들 수 있는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싶은대로 개발한다는 사실 자체가 재미있습니다.
Q10. 회사에 가장 바라는게 있다면?
A10. 재택 근무…! 는 힘들겠죠? ㅠㅠ 사무실을 이사하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지금 사무실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데,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싶은 작은 소망이 있습니다. 이쁘고, 창의성 뿜뿜할 수 있는.. 스타트업의 이미지와 맞는 그런 곳이요! ㅎㅎ
Q11. 스타트업의 투자 단계와 지금 회사의 투자 단계에 대해서 알고 계신가요?
A11. 아니요, 잘 모릅니다 ㅠ
Q12. 회사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12.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핵심 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잘하는 핵심인력이요. 정말 많은 핵심 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상황을 보면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져요 ㅠ
Q13. 회사를 믿고 의지하나요?
A13. 모르겠어요…
Q14. 회사에 대해서 아무거나 (연봉 포함) 딱 한 가지만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무엇을 하실 건가요?
A14. (망설임없이)근사한 곳으로 이사!
Q15. 요약하자면..
A15. 서비스에 대한 믿음, 빵빵한 복지, 높은 연봉, 좋은 문화 중에 하나라도, 뭐가 되었든 회사에 대한 만족도와 애사심을 높여줄 무언가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회사에는 그게 없다고 느껴요.
인터뷰를 하면서 정말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시니어 개발자의 부재, 회사에 대한 만족감 등. 특히, 재택근무는 개인적으로 인원이 적은 스타트업일수록, 대기업보다 쉽게 제공해줄 수 있는, 하지만 구성원들의 체감은 큰, 복지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구성원들을 믿고 맡겨야하는 점에서는 회사도 감당해야할 부분이 있지만, 당장 돈으로 해줄 수 있는 복지가 없다면, 이런 것부터 하나하나 검토해나가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실제로 개발팀에서는 재택근무에 대한 소망을 다들 가지고 있는 것 같더라.
다른 개발자 친구들이랑 비교하게 된다😢
그 외에는 12번 질문에서, 스타트업, 즉 현직장에 대한 성장과정의 이해가 조금 부족한 것도 느껴졌다.맺음말
생각했던 것보다 글이 길어져버렸다. 1편에서는 필자가 느끼는 초기 스타트업의 장단점에 대해서 나열해봤다. 물론 이 글은 모든 구성원들의 생각을 대변하는 글도 아니고, 모든 스타트업의 상황을 대변하는 글도 아니다. 그냥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과 느낌들을 적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이 시리즈를 다 읽고 나서, 누군가 스타트업에 관련된 어떤 선택을 하게 될 때, 내 이야기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다음 편은 짧은 기간 동안 맡았던 개발팀장을 하면서 들었던 생각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팀에 도입했던 코드리뷰, 테크스펙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 글은 필자가 이직 전 과거에 작성한 글이며,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회사와 관련된 글임을 알립니다.)
기대해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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